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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파친코,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by 롱롱정보통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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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2>

▶ 2017년 뉴욕타임스, BBC 드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출판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30년간 구상하고 지필하고 다듬었다는 이 책은 그녀의 삶 전부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치밀하게 완성된 이 책은 토로할 것이 많은 한국 근대사가 배경이지만 많은 감정들을 덜어내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그래서 더 울림이 컸던 소설이다. 2017년 뉴욕타임스 bbc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자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론가가 꼽은 2017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페이스북에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으로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 책이다.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면서 미국 내에서도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이 책을 주제로 토론 수업을 할 정도라고 하고, 현재는 29개 언어로 번역 및 출간되었는데, 그중 일본에도 번역되어 들어가 있을 만큼 문학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 작가 이민진

작가 이민진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7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간 이민 15세의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다.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와 기업 변호사가 되었는데, 변호사로 일하면서 한인 이민사회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지만, 간질환도 있었고, 변호사의 특성상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 이러다 일찍 죽겠구나 싶어서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제야 접어두었던 작가로서의 꿈을 펼치고자 글을 쓰기로 하고, 2004년에 출판된 단편 소설 [행복의 축]으로 내러티브 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2008년 첫 장편 소설인 메네틴의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발표해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적나라하게 들춰냈다며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11개국으로 번역돼 출간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그녀의 아버지는 16살에 전쟁에 징병될까 봐 홀로 남쪽으로 보내진 전쟁 피난 자였으며, 남북이 분단된 이후엔 안타깝게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남한에서 고아들을 돌보는 선교사의 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자신은 두 개의 코리아, 즉 남북의 아이라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어느날, '한 실험에서 쥐에게 벚꽃 향의 공포를 심어 주었더니, 그 쥐의 자손들에게 벚꽃 향에 대한 두려움이 유전되었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피가 끓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부모님이 제대로 말해준 적도 없는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소설 [파친코]의 탄생

소설 [파친코]는 3인칭 시점으로, 시간상으로는 1910년부터 1989년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 근대사의 상황, 즉 조선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던 20세기 초 일본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남북 분단으로 이어진다. 공간적으로는 주인공 순자의 고향인 부산 영도에서 그녀의 어머니 양진과 헤어지고, 목사인 남편 이삭을 따라 일본에 가서 아들 노아와 모세를 낳고, 모세가 낳은 아들 솔로몬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디아스포라 적 장소 이동을 보여주고 있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펼쳐지는 4대에 걸친 재일 한인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작가가 예일대 학부에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역사학 전공임에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고, 자기 정체성이 불분명했다고 한다. 예일대에서 교회를 다녔는데 어느 날 일본에서 활동을 한 선교사님이 방문하게 되었고, 초대를 받게 되어 간 자리에서 재일 한인의 실태를 듣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겨우 13살인 재일 한인 중학생 소년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소년의 부모는 아들의 자살 원인을 알 수 없어 이리저리 알아보던 와중에, 소년에게 남겨진 학교 아이들의 메시지들로 오랜 시간 학교 친구들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고, 실제로도 3-4대째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도 재일 한인은 일본 시민권자가 될 수 없으며, 3년마다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말도 할 줄 모르는 한국이란 나라의 여권을 갱신하면서 외국인 등록증을 가진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날 이 이야기는 작가에게는 절대 잊히지 않았고 작가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엘리트 역사가들은 이들을 조명해 주지 않았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삶을 알리는 것이 역사학도로 소명이라 느껸던 작가는 그렇게 초안을 여러 번 수정하기를 반복하다가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따라 2007년부터 4년간 일본에 살게 되면서 그곳에서 실제로 미국에 살 때와는 다른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직접 겪어보게 된다. 그렇게 재일 한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비로소 이 책의 주인공인 순자의 캐릭터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가 약 30년을 쏟은 끝에 소설 [파친코]가 탄생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책이 '집을 잃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민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재외동포로서 나에게 집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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