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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영화, 줄거리, 해석, 리뷰

by 롱롱정보통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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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메인 포스터>

▶ 영화 [헤어질 결심] 줄거리


부산서부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감 장해준팀장은 어느 날 구소산 사망 사건을 조사하러 후배인 오수완과 현장으로 간다. 새벽부터 현장을 살피던 해준과 수완은 아침이 되자 직접 로프를 타고 추락지점인 정상으로 올라간다. 구소산 정상에 남아있는 유류품을 보고 사망자가 기도수란 남성임을 알게 되고, 등산배낭, 지갑등의 이니셜을 새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소유욕이 강한 사내임을 유추해 낸다. 이후 시체검안실에서 사망자의 아내인 송서래를 만나게 되는데, 서래는 자신이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서툴다 말하며 남편의 시신을 보고는 무던한 표정으로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말한다. 해준은 서래의 단어선택에 묘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계속된 추적으로 기도수는 출입국사무소에서 입국심사를 하던 공무원이었으며, 은퇴 이후에는 민간 면접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내의 신체에도 본인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겨 넣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해준과 수완은 서래의 무던한 표정과 단어선택 때문에 그녀를 용의자일 수 있다 생각하고 그녀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기도수의 손톱 밑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됐다는 연락이 오고 서래의 구강상피세포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서래에게 경찰서 출두 연락을 한다. 해준은 서래가 어려워할까 봐 전문용어를 쉽게 설명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서래도 찬찬히 답변하며 자신을 해명한다. 해준은 수사를 통해 점점 서래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남편이 죽은 날에도 서래는 예정대로 노인 전문 간병인으로서 월요일마다 출근하는 할머니 댁으로 출근을 했으며, 확인전화도 받았고, 출근을 했다는 CCTV증거도 확보하자 서래를 용의 선상에서 배제한다. 한편 해준은 3년 전부터 수사 중인 질곡동 살인 사건을 포함하여 미결된 사건들을 방 벽면에 도배할 정도로 집착하며 만성적인 불면증을 앓으면서 잠복수사를 자청해 오고 있었는데, 며칠간 잠복수사를 하며 서래를 관찰하며, 서래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모습, 할머니를 헌신적으로 간병하는 모습, 혼자 한국드라마를 반복해서 보다가 지쳐 잠드는 모습, 저녁으로 아이스크림만 먹는 모습 등을 보며 점점 동정심과 사랑의 마음이 커져간다. 다만 형사로서의 책임감이 큰 인물이기에 이를 억누르고 직업에 충실한다. 어느 날 수완은 서래가 중국에서 엄마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수배자라는 사실을 알아내 해준에게 증거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미 해준은 이미 서래의 알리바이는 다 증명됐다며 무른 모습을 보이고, 수완은 화가 나 술을 마시고 서래의 집에 가서 행패를 부린다. 해준은 수완을 대신해 서래에게 사과를 하고 둘은 해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며 해준의 미결사건을 함께 본다. 해준은 서래에 대한 호감을 투철한 형사로서의 직업의식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기도수의 유서발견으로 서래가 완전히 용의 선상을 벗어나자 함께 시간을 보내고 데이트를 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 날 해준은 서래가 다른 요일 할머니가 아프셔서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서래를 대신해 월요일 할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월요일 할머니댁으로 향한다. 그렇게 월요일 할머니 간병을 대신하는 도중 할머니의 요청으로 노래를 틀어주려다 할머니의 핸드폰을 보게 되는데, 알고 보니 서래와 할머니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과, 할머니의 핸드폰에 깔려있는 계단 오르기 앱에 기도수 사망일에만 138층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해준은 이상한 마음에 이것저것 할머니에게 묻지만 할머니는 10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없으며, 치매로 인해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월요일에 서래가 오는 것’이 아니라 ‘서래가 오면 월요일’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알게 된다. 이에 해준은 서래를 다시 용의 선상에 두고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 미결과 완결 해석


이 영화는 미결과 완결이라는 틀 안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미결’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모티프이며, 주인공 남녀의 관계는 사건의 완결성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된다. 구소산 사건이 마무리되고 그녀가 용의 선상을 벗어난 순간부터 해준과 서래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또한 해준의 방 벽면을 가득 채운 미결 사건들을 떼버리는 서래의 행동은 자신과의 관계를 완결 짓기 바라는 서래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완결되었다 생각했던 사건이 미결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해준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서래를 떠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난다. 그 후 이포에서 다시 그녀를 만난 해준은 그녀의 존재만으로 명백한 사건을 미결로 인식한다. 제대로 완결 짓지 못하고 끝나버린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그는 더욱 불안해하며 결국 극심한 불면증을 야기한다. 미결 사건을 해결로, 해결된 사건을 미결로 인식하는 해준의 이중적인 면모는 두 사람의 관계를 마지막까지 모호하게 만든다. 미결의 모티프를 통해 서래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 서래는 이포에 왜 왔냐는 해준의 질문의 답으로 자신은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평소 해준이 미결사건을 벽면에 붙여놓는 등 집요하게 집착한다는 것을 기억한 서래는 자신이 결국 해준과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구소산 사건의 증거인 휴대폰을 다시 해준에게 건넨다. 이는 해결된 사건을 다시 미결로 되돌리는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도 미결로 되돌리려는 의미이다. 해준은 미결사건을 절대 잊지 않기 때문에 서래는 직접 자신이 해준의 미결사건이 되어 영원히 그의 기억 속에 남길 원하는 것이다. 미결은 산과 바다라는 또 다른 모티프에서도 적용된다. 두 개의 살인 사건은 각각 산과 바다에서 발생하며, 서래의 두 남편은 각각 산과 바다를 의미한다. 동시에 해준은 산, 서래는 바다를 상징한다. 해준은 구소산을 오르며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아갔고, 호미산에서 서로의 마음을 고백한다. 서래의 오랜 숙원이었던 조부모와 부모의 유골도 호미산에서 뿌려진다. 따라서 산은 사건을, 두 사람의 관계를 완결로 마무리 짓는 곳이다. 반대로 바다는 미결의 영역이다. 휴대폰을 바다에 던지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바다는 중요한 단서를 던져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장소이다. 이야기는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끝난다. 해준은 산에서 미결 사건을 완결로 만들지만, 바다에서는 완결된 사건을 미결로 되돌리려 한다. 서래는 산에서 살인을 하고 바다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녀가 버렸고, 버려야 했던 중요한 단서인 휴대폰은 모두 바다로 향한다. 이처럼 이야기는 미결에서 완결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완결로 시작해 미결로 끝이 난다.

▶ 개인적인 리뷰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예술적인 해석을 넘어 자극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아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던 것 같다. 자극적인 장면도, 그 흔한 배드신도 거의 없다.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은유와 대비가 명확하게 읽히기 때문에 계속 감독의 역량에 놀라면서 보았던 것 같다. 역시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각종 유명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감독은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남는 명대사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라는 해준의 대사나, ”난 해준 씨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나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라는 서래의 대사는 영화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영화를 생각나게 했던 것 같다. 처음엔 모호한 그들의 관계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다시 한번 장면 장면들을 곱씹다 보니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그들의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깊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해준이 자신이 붕괴되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서를 서래에게 돌려주며 그녀를 모른 척해주는 것이나, 해준에게 피해가 갈까 또다시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을 나락으로 몰고 가는 서래의 모습은 그들의 사랑이 어땠는지를 아주 정확히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불륜, 살인 등 소재가 밝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그들의 사랑은 아주 진하고 깊은 물처럼 오랫동안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출렁거릴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서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해준이 헤어질 결심을 하지 마자 그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 서래. 하지만 그와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에게 미결로나마 오랫동안 남아있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난 왜 그런 남자들하고만 결혼할까요? 해준 씨처럼 바람직한 남자는 나랑 결혼해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말이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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